졸업 축하해! 세상의 빛이 될거야! [정동길 옆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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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위수여식에서는 박사 195명, 석사 1472명, 학사 1665명 등 총 3332명이 학위를 받았다.
김진상 경희대 총장은 ‘세상의 빛이 되는 탁월한 세계시민의 길’이라는 제목의 축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졸업생들을 응원했다. 학위 수여식을 마친 졸업생들은 본관 분수대와 중앙도서관 등 학교 명소를 찾아 기념촬영을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보도된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 때의 위안부 합의,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에 대해 “국가로서 약속이므로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우리 국민으로서는 매우 가슴 아픈 주제이고 매우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전 정권의 합의”라면서도 과거 정부의 합의를 존중·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또 “일본은 매우 중요한 존재”라며 “양측에 이익이 되는 길을 발굴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넓혀가야 한다”고 했다. 23일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현실 인정’과 ‘협력’에 기반한 대일 실용·국익 외교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일본과 ‘최종적·불가역적’이라며 위안부 문제에 합의했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따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금을 국내 재단이 일본 기업을 대신해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두 사안 모두 피해자 설득이 없었고 여론이 납득하지 못하면서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강제동원 배상 제3자 변제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가 뒤늦게 ‘피고 기업의 기여와 사죄 표명’이 전제조건이라고 밝혔으나, 일본은 이를 거부했다. 피해자 중심주의에서 벗어난 과거사 해법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남긴 사례들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이 대통령이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라는 기본 정신을 함께 존중하는 동시에,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겠다”고 한 것은 신중한 접근법이다.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대다수 국민은 부정하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라도 과거사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 국민적 공감에 기반하되 역사적·외교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 한국 혼자 해결할 수 없고,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 일본이 용기를 내 진심을 담아 사과함으로써 피해자와 한국 여론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일본이 책임을 회피하며 ‘물 반 컵’ 채우기를 거부한다면 한·일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대해 “양국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로 대전환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계승은 물론,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공동선언’ 발표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미·중 경쟁에 따른 국제 질서 전환기 속에서 한·일 협력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차이를 넘어 위기에 공동 대응하고, 기회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은 양국 모두의 국익에도 부합한다. 이번 정상회담이 과거를 딛고 미래로 함께 향하는 진정한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지난해 5월 서울 강남구 지하철 강남역 인근 한 건물 옥상에서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대학생 최모씨(26)가 상고심에서 ‘장기기증 서약’을 내세우며 감형을 호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최씨의 상고 이유서를 보면 최씨 측은 “훼손한 생명을 되돌릴 수 없음을 알기에,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참회의 진정성을 보이고자 했다”며 장기기증 서약을 감형 근거로 적었다. 이 밖에도 ‘심신미약 상태’ ‘반성문 제출’ ‘초범’ ‘가족 범죄로 참작 가능’ ‘범행 직후 자살 시도’ 등을 주요 감형 사유로 주장했다. 최씨는 1심에서 징역 26년, 2심에서 30년을 선고받았으며 이에 검찰과 최씨 모두 상고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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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를 종합하면 최씨는 지난해 5월6일 피해자를 건물 옥상으로 불러낸 뒤 흉기로 28차례 공격했다. 피해자가 쓰러진 뒤에는 미리 준비해온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접근해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중학교 동창이었던 피해자와 교제 53일 만에 가족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 피해자 부모가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소장을 학교로 보내겠다’고 하자 “퇴학당할까 극도로 두려워”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1심에서 사형을 구형했고 법원은 징역 26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형량을 30년으로 늘리고 보호관찰 5년을 명령했지만 전자발찌 부착 청구는 “피고인이 초범이라 재범 가능성이 적다”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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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측은 검찰 수사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씨가 피해자측의 재산을 노리고 법적 상속 지위를 확보해 병원을 개업하려는 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고, 뜻대로 되지 않자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수사기관은 이 같은 범행 동기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고 공소장에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사건을 ‘말다툼 끝에 발생한 우발적 살인’으로 규정했으며, 사체 손괴 혐의 역시 별도로 추가하지 않았다. 유족 측은 “애초에 범행 동기와 계획성이 공소장에 포함됐다면 법원이 훨씬 무거운 형량을 선고했을 것”이라며 “형량의 출발점부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지난 6월 서울 서초경찰서에 최씨를 사체손괴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피해자 아버지는 18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최씨는 사과하지 않았고, 그의 부모는 유치장에 있는 최씨에게 하트를 그려 보내며 우리를 조롱했다”며 “현재 26살인 범죄자가 26년의 형을 모두 마치더라도 50대인데, 다시 사회로 돌아오면 우린 어떻게 사나”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아무런 반성도 없고 용서도 구하지 않는 범죄자에게 내려진 관대한 판결은, 피해자와 피해자 유가족을 두 번 살해하는 고통과 같다”고 말했다.
▼ 백민정 기자 mj100@khan.kr
오는 10월부터 55세 이상의 일부 종신보험 가입자들은 사망보험금을 연금처럼 생전에 받을 수 있게 된다. 대상자들에게는 개별 통지가 이뤄질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사망보험금 유동화 점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 준비 상황과 소비자 보호 방안을 발표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란, 가입자가 사망한 뒤에야 유족들에게 지급되던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을 연금처럼 특정 나이가 되면 본인에게 주기적으로 분할 지급하는 제도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노후의 소득 공백을 메우자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한화생명·삼성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KB라이프 등 5개 보험사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오는 10월 시행을 준비해왔다.
대상은 사망보험금이 9억원 이하인 금리확정형 종신보험 가입자로, 10년 이상의 납입 기간을 다 채우고 보험계약대출 잔액이 없다면 신청할 수 있다.
정부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대상이 되는 계약자들에게 개별적으로 통지할 예정이며, 제도를 시행하는 5개 보험사들도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나 SNS로 공지할 방침이다. 보험사들은 유동화 대상이 되는 신규 상품들도 출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제도 적용 연령 하한선을 기존에 65세로 검토했으나, 55세로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65세부터 지급하면 은퇴시점과 연금수령 개시까지의 소득 공백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했다. 제도 시행 연령이 낮아지면서 사망보험금 유동화 대상 계약은 75만9000건, 가입금액은 35조4000억원으로 기존 대비 각각 2.2배, 3배 늘어났다.
유동화 적용 대상이 되는 보험 가입자들은 사망보험금의 최대 90% 이내의 규모로 본인이 생전에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신청할 수 있으며, 나머지는 사망 뒤 유족에게 지급된다. 연금형태로 받을 수 있는 기간은 최소 2년 이상이며 개인이 5년, 10년 등으로 선택할 수 있다. 제도가 처음 시작되는 10월에는 우선 12개월치 수령액을 모아 매년 받을 수 있는 ‘연 지급형’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30세부터 20년동안 총 2088만원을 납입해 사망보험금 1억원 보험계약을 보유한 소비자가 3000만원만 남기고 55세부터 20년간 나눠받겠다면, 월평균 14만원씩 총 3274만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같은 조건으로 75세부터 받는다면 월평균 22만원씩 총 5358만원이 지급된다. 보험사는 지급 시작 시점까지 쌓인 책임준비금을 기초로 연금을 환산하기때문에 늦게 받을 수록 더 많이 쌓여있는 준비금의 혜택을 볼 수 있다.
당국은 새로운 제도이고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인 점을 감안해 보험사별로 사망보험금 유동화 전담 안내 담당자를 운영할 예정이다. 신청자들은 연금처럼 받는 방법을 택했다가 마음을 바꾸더라도 유동화금액 수령일로부터 15일, 신청일로부터 30일 중 먼저 도래하는 기간까지라면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 또 보험사가 중요내용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3개월 이내 취소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TF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전반적인 출시 준비상황을 지속 점검하고 후속 보험사들도 조속히 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독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9년 8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의 극단적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최근 광복절 특별사면은 이 갈등을 재점화했다. 당시도 지금도 조국 사태를 둘러싼 논의 지형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고, 당시 겪었던 여러 겹의 계급적 장벽이 건재하다는 걸 확인한다.
그 장벽은 담론들 사이에 놓여 있다. 우선 조국 사태의 성격을 위선과 ‘내로남불’로 규정하는 건 조국과 민주진영을 ‘위선자’로 만드는 걸로 족한 정치 공세다. 이 논리는 개인의 도덕성을 초점으로 삼기에 구조적 불평등에 침묵한다. 더욱이 위선을 강조할수록 차라리 뻔뻔하고 노골적인 악이 낫다고 여기게 한다는 점에서 위험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반론 중 하나는 입시 부정과 조작이 “관행이었다”는 것이다. 그 논리는 위선마저 걷어낸 뻔뻔함을 보여줌과 동시에, 존재하고 작동하는 교육 불평등을 관행이라고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이를 비판하는 청년의 목소리는 ‘불공정’이란 단어로 집약됐다. 입시 경쟁이라는 게임의 룰을 위배하고 반칙을 썼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 입시에 매달린 세대의 유년기 자체가 부정당한다는 감각이 있다. ‘공정 담론’은 특권과 반칙을 문제 삼으며 “관행”을 운운한 기성세대를 비판했다. 그러나 공정을 외친 청년이 주로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생’에 국한되는 한계가 있었음에도, 공론장에서 공정 담론은 청년 전체의 목소리로 과잉대표되었다.
사실 당사자의 말이라고 꼭 올바르거나 순수한 것은 아니다. 정치와 미디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만 청년의 목소리로 채택되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은 배제된다. 어떤 부모는 자녀의 대학 과제를 도와줄 수 있지만, 어떤 부모는 자녀에게 고지서나 공문 내용을 설명해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어떤 대학생이 경력을 쌓고 인맥을 만드는 동안, 어떤 대학생은 알바로 생활비를 벌며 4년간의 등록금 빚을 안은 채 졸업한다. ‘비명문대생’, 대학을 가지 않거나 중도 포기한 청년들에게 조국 일가의 모습은 그야말로 ‘딴 세상’이었다. 지방의 노동계급 가정에서 자라 동시대에 입시를 치른 나 역시 전혀 알지 못했던, 아무도 알려주지 않던 세상을 조국 사태로 알게 됐다.
여기에 계급적 장벽, 목소리의 문턱이 놓여 있다. ‘공정’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 현격한 불평등을 정치와 미디어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이는 정치와 미디어가 얼마나 계급적으로 편향되어 있는지 알려준다. 정치와 미디어에 종사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좁은 세계 바깥을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불공정을 말하는 청년을 향해, 혹자는 ‘너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언급하며 비난과 부정의 근거로 삼는다. 간신히 새어 나온 목소리를 탈취해 정치 공세에 이용하는 것은 다시 한번 그 목소리의 주인을 지워버리는 폭력일 뿐이다.
조국 사태 당시 가뭄의 단비가 내린 순간이 있었다. 경향신문은 ‘광화문과 서초동 사이’라는 기획 연재로, 목소리의 문턱을 넘지 못한 이들에게 지면을 할애했다. 열 편의 글은 공정 담론과는 달리 노동자,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의 목소리를 내며, 문턱 바깥에 사람이 살고 있음을 증언했다.
흥미롭게도, 이 기획에 담긴 목소리들은 지난겨울 광장에서 크게 분출했다. 계급적으로 편향된, 진영 간 대결의 정치에서 밀려난 시민들은 정말로 목소리 낼 곳이 필요했다. 자유발언을 통해 기존의 공적 언어에 없던, 절박하고 아름다운 말들이 쏟아졌다. 그들은 말을 못하는 게 아니라 마이크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파면 이후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자 목소리는 또다시 문턱 바깥으로 밀려났다.
목소리의 부재는 존재의 흔적이 말소되는 것과 같다. 내가 사랑하고 미워하고 아파한 사람들이 여러 겹의 문턱 앞에 무너지는 걸 본다. 그 장벽을 향해, 나는 이 지면으로 계속 돌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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