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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J는 피터를 기억해낼까?…스파이더맨, 외로움 넘어 성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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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가불이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0회   작성일Date 26-08-02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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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까불거린다고 느낄 정도의 재기발랄함은 톰 홀랜드표 스파이더맨만의 특징이다. 10대의 스파이더맨은 어벤져스 멤버들을 연예인 보듯 신기해하며 쓸데없는 질문을 쏟아내는 ‘애’였다. 우주적 위험이 덮쳐오더라도 고등학생 피터 파커의 고민은 또래다웠다. ‘좋아하는 MJ(젠데이아)에게 어떻게 마음을 전할까.’ ‘이번 수학여행을 어떻게 재미있게 보낼까.’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청소년 티를 벗고 청년이 된 스파이더맨을 만날 기회다. 20대에 접어든 피터는 사람으로서, 스파이더맨으로서 성장통을 겪는다.
    전작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에서의 사건으로 피터는 혼자가 됐다. 큰엄마 메이(마리사 토메이)는 세상을 떠났다. 연인 MJ와 친구 네드(제이콥 배덜런)를 비롯한 모두가 피터의 존재와 그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을 잊었다. 겁 없던 피터는 주변인이 위험해지는 것을 두려워하게 됐다. 그는 4년간 ‘인간’으로서 고립을 자처하며, ‘스파이더맨’으로서 미국 뉴욕 퀸즈의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몰두한다.
    고독은 약일까 독일까. 영화는 스트레스 반응으로 ‘거미인간’ 피터의 거미 DNA 비율이 폭주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기계식 웹슈터(거미줄 발사기)를 쓰던 몸이 자체적으로 거미줄이 생성하고, 감각이 과민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피터는 통제되지 않는 몸을 조절할 방법을 고민한다.
    골방에서 슈트를 재단해 입는 가난한 청년 피터의 모습은 그간의 시리즈 중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의 원형에 가장 닿아 있다. 연출을 맡은 데스틴 크리튼 감독은 ‘피터가 이 옷을 직접 만들었다’는 것이 보이도록 원단의 질감과 주름 등을 현실적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한다. 크리튼 감독은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2021)에 이어 두 번째로 마블 영화를 연출하게 됐다.
    서정성이 가미됐으나, 시리즈 특유의 경쾌함은 그대로다. 피터가 우울한 것일 뿐 복면 쓴 스파이더맨은 여전히 능청스럽다. 총잡이 ‘프랭크’(존 번탈)가 만담 파트너로 등장한다. MJ를 향한 피터의 애달픈 외사랑은 MJ가 그를 기억해낼 수 있을 것인지 궁금증을 더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 머릿속을 넘나들며 의식을 조종하는 미지의 적이 등장한다. 영화는 홀린 듯 몸을 확 젖혔다가, 미지의 존재가 빠져나가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평소의 움직임으로 돌아가는 인물들의 동작으로 무형의 공격을 시각화한다. 스파이더맨은 집게발로 공격하는 ‘스콜피온’(마이클 만도)과 일본 사무라이 집단을 연상시키는 ‘핸드’ 등을 다양한 범위의 거미줄 운용으로 상대한다.
    영화에는 다른 마블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오는 12월 개봉하는 <어벤져스: 둠스데이>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도 한다. 언니로부터 이름을 계승 받은 ‘블랙위도우’(플로렌스 퓨)가 조력자로 나오고, ‘헐크’(마크 러팔로)와는 호쾌한 한판 대결을 펼친다. 새 어벤져스 영화에 합류할 <엑스맨> 멤버 중 ‘진 그레이’(세이디 싱크)가 정체를 드러내는 장면은 전율이 일게 한다. 다만 전사를 모르는 관객이라면, 다른 히어로들이 비중 있게 소개되는 것이 불필요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로는 최초로 제작 초기 단계부터 CJ CGV의 다면 특별관 포맷인 스크린X(SCREENX) 상영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145분의 러닝타임 중 약 90분을 스크린과 양 옆면까지 3면의 화면으로, 빌딩 숲 사이를 가로지르고 공중에서 낙하하는 장면은 천장까지 확장한 4면으로 상영한다. 개봉 하루 전, 28일 진행된 언론 시사회에서 체험한 바로는, 하늘이 배경일 때에는 개방감이 느껴졌지만 빌딩 숲이 배경일 때에는 벽에 불투명하게 비치는 장면들이 다소 답답해 보였다.
    남들과 다른 특별함은 형벌일까, 축복일까.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히어로물이 반복해 온 질문을 스파이더맨답게 풀어낸다. 과하게 사람을 믿어서 위기에 처할지라도 인간의 선함을 믿는 방식으로. 책임을 짊어지는 법을 익힌 스파이더맨은 이제 어디에 내놓아도 불안하지 않다. 크레딧 이후 짧은 쿠키 영상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그의 활약이 계속될 것을 암시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모차르트의 음악과 오페라, 황금빛 궁전으로 상징되는 빈은 흔히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도시로 기억된다. 하지만 여름이 찾아오면 빈은 오래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표정을 드러낸다. 도나우강은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는 휴식 공간이 되고, 황실 마구간은 맥주와 공연이 어우러지는 활기찬 광장으로 변신한다. 포도밭에서는 와인잔이 부딪치고, 클래식 선율은 공연장을 넘어 공원 잔디밭까지 흐른다. 단언컨대 여름의 빈은 현재를 살아내는 도시다. 관광명소보다 시민들의 일상을 따라 걸을 때 그 진짜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셔츠 안 수영복’의 계절
    지하철 U1 노선 알테도나우역에 내리자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깨에는 비치타월을 걸쳤고, 한 손에는 물안경을 들었다. 수영복 차림으로 전철에서 내리는 사람도 낯설지 않았다. 5분쯤 걸었을까. 잔잔한 알테 도나우(올드 도나우)가 눈앞에 펼쳐졌다.
    독일에서 발원해 10개국을 거쳐 흑해로 향하는 도나우강은 빈에 이르러 여러 갈래로 나뉜다. 본류는 도심을 가로지르고, 홍수 방지를 위해 만든 인공 수로 ‘노이에 도나우(뉴 도나우)’가 나란히 흐른다. 두 물길 사이에는 길이 21㎞의 도나우섬이 펼쳐지고, 옛 도나우 본류의 일부는 정비를 거쳐 ‘알테 도나우’라는 호수 형태의 수역으로 남았다. 홍수를 막기 위해 조성된 공간은 오늘날 수영과 보트,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의 대표적인 휴식처가 됐다.
    전기 보트를 타고 천천히 수면을 가르자 빈의 일상이 펼쳐졌다. 아이들은 강을 수영장처럼 누볐고, 패들보드를 탄 청년들은 물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갔다. 백조가 사람들 사이를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도 이곳에서는 자연스러웠다. 강변 잔디밭에도 각자의 여름이 있었다. 책을 읽는 사람, 낮잠을 청하는 사람, 와인을 나누는 친구들, 아이들과 물놀이를 하는 가족이 명화처럼 어우러졌다.
    도나우섬의 강변 비치인 피어22는 조금 더 활기찬 여름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음악이 흐르고, 선베드에 누운 젊은이들은 햇살을 즐겼다. 물에서 올라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강으로 뛰어드는 풍경은 빈의 여름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줬다.
    이런 풍경은 현지인만 누리는 일상이 아니다. 알테도나우와 도나우섬 곳곳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자연 수영장이 마련돼 있고, 덱(deck)과 잔디광장, 샤워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피어22와 코파비치처럼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곳도 많다. 수영복과 수건만 챙기면 여행자도 시민들 틈에 섞여 강에서 보내는 한여름 오후를 경험할 수 있다.
    황실 마구간, 힙한 광장으로
    빈에서 가장 트렌디한 문화 공간을 꼽으라면 뮤지엄콰르티어(MQ)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실 마구간을 리모델링해 만든 이곳은 현재 50개가 넘는 박물관과 갤러리, 공연장, 디자인 숍, 카페가 모인 문화예술 복합단지로 운영 중이다.
    첫 방문이라면 레오폴트 미술관과 현대미술관 무목부터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에곤 실레와 구스타프 클림트를 좋아한다면 레오폴트 미술관을, 현대미술에 관심 있다면 앤디 워홀과 오노 요코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무목이 좋은 선택이다.
    그러나 모든 박물관을 다 보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예술은 전시실 안에서 끝나지 않고, 광장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뿐 아니라 노트북을 들고나온 대학생, 약속을 기다리는 직장인, 공연을 즐기려는 여행객들이 하루 종일 광장을 채운다. 젊은 세대가 자연스럽게 모이는 도심 속 문화 놀이터에 가깝다.
    MQ의 상징이 된 ‘엔치’는 매년 새로운 색으로 제작되는 야외 라운지 의자다. 누구나 자유롭게 앉아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고, 쉬어갈 수 있다. 올해는 개관 25주년을 맞아 오스트리아 전통 디저트에서 영감을 얻은 분홍색과 레모네이드를 닮은 노란색 엔치가 광장을 채웠다.
    무료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5월 말부터 9월까지 메인 광장에서는 공연과 영화, 문학, 토크 콘서트로 구성된 ‘MQ 서머 스테이지’가 열린다. 또한 옥상 전망 공간 ‘MQ 리벨레’에서는 늦은 해를 머금은 슈테판 대성당과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로컬 여행을 원한다면 2구역으로
    성 슈테판 대성당과 호프부르크 왕궁이 자리한 1구역이 제국의 영광을 기억하는 곳이라면, 도나우 운하 건너 2구역 레오폴트슈타트는 로컬의 빈을 가장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동네다. 세탁소와 빵집, 자전거 수리점이 골목을 채우고 카페 테라스에는 산책을 즐기는 주민들이 자리한다. 운하 하나를 건넜을 뿐인데 도시의 속도도 한결 느긋해진다.
    동네의 중심에는 카르멜리트 시장이 있다. 화려하거나 규모가 큰 시장은 아니지만 대신 여행자가 빈의 일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아침이면 채소와 과일을 고르는 주민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해지고, 빵 굽는 냄새와 갓 내린 커피 향이 골목을 채운다. 주말이면 직거래 장터가 열려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띤다.
    이 시장의 풍경은 이 동네를 지켜온 역사와도 맞닿아 있다. 한때 이곳은 빈 유대인 공동체의 중심지였다. 17세기부터 유대인들이 모여 살며 상점과 시장을 일궜고, 전쟁이라는 비극을 겪은 뒤에도 그 흔적은 거리 곳곳에 남아 있다. 지금도 코셔 베이커리와 식료품점, 학교와 회당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검은 모자와 긴 코트를 입은 정통파 유대인들을 마주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최근에는 역사 위에 젊은 감각이 더해지고 있다. 오래된 건물 1층에는 독립 서점과 디자인 숍, 개성 있는 카페와 베이커리가 하나둘 문을 열었다. 여유가 있다면 골목을 천천히 걸어보자. 특별한 목적지가 없어도 발걸음이 자꾸 느려지는 동네다. 빈 사람들이 왜 이곳을 사랑하는지 금세 이해하게 될 것이다.
    도시 안에서 만난 포도밭, 부셴샹크
    많은 사람이 빈을 음악과 커피의 도시로 기억하지만, 이곳은 수도 안에서 상업용 와인이 생산되는 몇 안 되는 도시 가운데 하나다. 약 600㏊의 포도밭이 시내를 둘러싸고, 수십 개 와이너리가 지금도 와인을 빚는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에게 포도밭을 찾아 와인 한잔을 마시는 일은 특별한 여행이 아니라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일상이다.
    ‘부셴샹크’는 빈의 와인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다. 와이너리가 직접 운영하는 전통 와인 선술집으로, 그해 수확한 와인과 간단한 지역 음식을 함께 낸다. 18세기 요제프 2세가 와인 생산자의 직판을 허용하면서 시작된 문화로, 지금도 치즈와 햄, 스프레드, 빵 같은 소박한 안주와 함께 와인 자체의 맛을 즐기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여행자도 어렵지 않게 이 풍경에 동참할 수 있다. 트램 D를 타고 종점 누스도르프에서 내려 ‘시티 하이킹 트레일 1’을 따라 2㎞ 남짓 걸으면 포도밭이 이어진다. 완만한 언덕길을 따라 걷는 동안 도시 전경과 도나우강이 시원하게 펼쳐져 발걸음이 가볍다.
    길 끝에서 만난 ‘비닝어 암 누스베르크’는 빈을 대표하는 부셴샹크 가운데 하나다. 이곳의 별미는 빈을 대표하는 와인 게미슈터사츠다. 여러 품종의 포도를 한 포도밭에서 함께 재배해 같은 날 수확하고 함께 양조하는 빈만의 와인이다. 흉작을 줄이기 위한 농부들의 지혜에서 시작됐지만, 오늘날에는 빈 와인을 상징하는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와인잔을 오래 들고 있어도 누구 하나 시간을 재촉하지 않는다. 잔이 비면 일행이 말없이 와인을 따라주고, 아이들은 포도밭 사이를 뛰어다니며, 반려견은 테이블 아래 느긋하게 몸을 뉜다. 궁전과 미술관을 둘러보던 하루는 그렇게 포도밭 너머로 천천히 저물어간다.
    클래식, 공연장 밖으로 나오다
    여름의 빈은 해가 좀처럼 지지 않는다. 밤 9시를 훌쩍 넘겨도 하늘에는 푸른빛이 남아 있다. 이 계절의 저녁을 가장 아름답게 펼쳐내는 곳은 프라터다. 1766년 황실 사냥터가 시민에게 개방되면서 탄생한 이곳은 250년 넘게 주민들의 쉼터였다. 드넓은 잔디와 숲길, 놀이공원이 어우러져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로 늦은 저녁까지 활기가 이어진다.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매년 여는 ‘프라터 피크닉 콘서트’는 이런 공원의 성격을 그대로 닮았다. 수만 명이 찾는 무료 공연이지만 ‘관객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긴장감은 없다. 돗자리를 펴고 앉아도 되고, 아이와 함께 와도 되고, 강아지를 데려와도 된다. 올해는 한국계 미국인 지휘자 최현이 지휘를 맡았다.
    첫 음이 울리자 공원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뛰놀던 아이들은 부모 곁으로 돌아왔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시선은 자연스럽게 무대를 향했다. 누군가는 와인잔을 내려놓고 연주를 들었고, 누군가는 잔디에 누운 채 귀를 기울였다. 음악에 맞춰 두 손을 맞잡고 천천히 춤을 추는 사람들도 보였다. 풀 향기를 머금은 바람, 늦은 저녁의 공기, 아이들의 숨소리까지 음악의 일부가 되는 순간이었다.
    공연이 끝나도 사람들은 서둘러 자리를 뜨지 않았다. 바로 옆 놀이공원에 하나둘 불이 들어왔고, 1897년 세워진 비너 리젠라트가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클래식이 흐르던 공원은 어느새 웃음과 설렘으로 가득 찬 여름밤으로 이어졌다.
    여행은 도시를 얼마나 많이 보는지가 아니라, 그 도시가 살아가는 속도를 함께 걸어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빈의 여름은 이를 가장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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