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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석 “중원 획득”, 정청래 “중도는 없다”, 송영길 “구호 개혁하다 정권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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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가불이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2회   작성일Date 26-07-2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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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여권 전통 지지층의 빅 스피커인 유시민 작가가 이재명 정부의 중도 확장 전략에 대해 ‘필패론’까지 언급하며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권주자들 사이에서도 민주당의 ‘중도 확장’ 전략에 대한 입장 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김민석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중원 획득” 전략을 옹호한 반면 정청래 의원은 “중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는 1일 첫 순회경선을 앞두고 후보들 간 서로를 향한 “반명” 공세 등 난타전도 가열되고 있다.
    26일 민주당에 따르면 김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정치와 미래’ 총회 초청 강연에서 “개혁적인 대통령이 개혁의 DNA 위에 유능하고, 합리적이고, 민주정부의 정책에 찬성한다면, 내란에 반대한다면, 나라의 성장에 도움된다면 과거에 보수를 했든, 중도를 했든, 개혁을 했든 함께 안고 가서 중원을 획득하고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이기겠다는 게 뭐가 잘못됐나”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내년 4월에 있을(수 있는) 서울시장 선거, 강릉 국회의원 선거를 부산에는 못 가고 평택에는 안 가는 지도력으로 이겨낼 수 있는가”라며 정 의원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 대통령의 중도 확장 시도 등을 이유로 대통령의 개혁성을 의심하는 것은 ‘반명’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날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열린 전남광주 초청 강연회에서 “대통령의 개혁성을 의심하거나, 개혁적인 대통령을 억지로 반개혁적이라고 음해하는 것이 반명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반면 정 의원은 이날 공개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중도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광화문을 나가보라. 오른쪽 차선과 왼쪽 차선 가운데 노란 중앙선이 있다. 거기 서 있는 사람 있나. 없다”며 “스윙보터는 있다. 그들은 여당이 여당일 때 여당을 밀어준다. 야당이 야당일 때 야당을 밀어준다. 여당다운 여당은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첫 순회 경선이 다가오며 후보들 간 난타전도 가열됐다. 김 의원은 정 의원이 이재명 정부 필패론 등을 언급한 유시민 작가의 발언에 “노코멘트” 한 것을 겨냥해 “이런 반명에 대해서 말 한마디 못 하고 노코멘트하는 게 그게 무슨 대통령을 지키는 겁니까”라며 “그런 분들이 지도부 할 자격이 있습니까”라고 했다.
    정 의원은 이날 대구 메트로아트센터에서 진행된 대구 당원 간담회에서 “저는 컷오프가 됐어도 탈당하지 않았다. 내 사전에 이혼과 탈당은 없다”며 탈당 이력이 있는 김·송영길 의원을 겨냥했다. 정 의원은 김 의원이 제기한 신천지 전당대회 개입설을 두고 “마이너스 전당대회로 전락하고 있다”며 “우리가 (위헌 정당이라고) 공격받게 생겼다. 이 부분만큼은 제가 강력하게 응징하겠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검찰개혁, 사법개혁은 어느 한 후보의 것이 아니다”라며 ‘강력한 개혁 당대표’를 내세우는 정 의원 공격에 가세했다. 그는 “대통령을 흔드는 세력에게 당을 맡길 수 없다”며 “누가 당 대표가 돼도 개혁은 한다. 대통령을 흔들며 구호만 외치는 개혁은 특정 정치인들이 박수는 받을지 몰라도 총선 패배와 정권 교체로 끝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이날 전북 진안군에서 진행한 2030 청년들과의 오찬 행사에서도 “정청래 당 대표 당시 당청 관계가 어땠던 것 같나” “유 작가 같은 분들이 비판한 데 대해 동의하기 어렵지 않나” 등의 질문을 던졌다. 민주당은 다음달 1일 충청권에서 첫 순회 경선을 진행한다. 온라인 투표는 오는 28일, ARS 투표는 오는 30일부터 진행된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혐오 표현을 규제한다는 명목으로 대표 발의한 음원 유통 전 검사를 의무화하는 법안 두 건을 지난 20일 철회했다. 발의 2주 만이다. 해당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음반 사전심의제를 되살릴 수 있다는 반발에 따른 것이었다.
    문화예술계는 물론 온라인에서의 표현에까지 광범위한 ‘사전심의’와 ‘사후검열’이 이뤄지는 방식은 중국에서 일상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다만 밖에서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검열은 체계적인 논리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이뤄지며, 무시무시하다기보다는 번거롭고 짜증스럽다는 감각을 낳는다. 입법 논의가 될 뻔했던 법안은 중국의 광범위한 검열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검열관이 다시 등장하는 제도를 상상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검열의 핵심은 검열관이다. 디지털 검열에서는 알고리즘을 짜는 이가 검열관이다. 검열관 입장에서 곤란한 점은 검열할 것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검열에 인공지능(AI)를 활용한다고 해도 AI를 활용한 콘텐츠는 더 많이 생성된다. 검열관의 제한된 시간과 능력으로 전부 검열할 수 없다. 단적으로 중국 여성들에게 인기 많은 동성애 웹소설을 검열관들은 단속할 때도 있고 하지 않을 때도 있다. 선정성만으로 단속 대상이 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관해서는 중국에서도 논란거리이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검열을 피해 성애 묘사를 “사회주의 핵심 가치에 따라 다음 장면은 생략한다”고 쓰기도 한다. 국가에 정면 도전하지는 못하지만 은밀하게 반감을 공유하는 법이 확산된다.
    민감한 콘텐츠가 SNS에 노출돼 문제가 발생하면 이는 검열관의 책임도 된다. 이 때문에 검열관은 대체로 과로에 시달리며 광범위하게 알고리즘을 설정한다고 알려져 있다.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도시 이리에 여행 가서 ‘중국 최서단 도시에 왔다’는 벅찬 마음을 담아 찍은 국경 너머 카자흐스탄 풍경 사진은 SNS에 올리면 타인에게 보이지 않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희화화한 사진은 평소에는 SNS에 공유할 수 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평양을 방문했던 기간에는 올라가지 않았다. 시민들이 국가가 하는 일이 비일관적이라고 느끼는 사례가 연일 쌓인다. 알고리즘 설정에 시민사회의 참여가 차단된 이상 불만은 늘 있을 수밖에 없다.
    검열관 입장에서 검열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온라인상의 콘텐츠는 알고리즘을 설정해 두고 ‘사전심의’는 대중예술 등 목표물이 분명한 것에 집중된다. 영화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당국의 검토를 받아야 하며, ‘경찰이 나쁘게 묘사되어서는 안 된다’, ‘범인은 반드시 잡혀야 한다’는 지침을 따라야 한다. 이는 중국 관객들이 자국 영화에 등을 돌리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요건을 다 지켜 만든 사극 블록버스터 <펑후해전>의 개봉이 최근 연기됐다. 청나라의 대만 정복 과정을 다룬 사극인데 ‘반청 민족주의’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현 사회상을 청나라에 빗대 우회 비판하는 게시물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이 영향을 미쳤다.
    강력한 검열 제도를 운영하면 검열관은 항상 윗선의 눈치를 본다. 여론은 검열관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문책의 두려움에 떠는 검열관의 존재가 시민의 자유를 옥죄고 부작용을 야기한다. 결정적 순간에 국가는 여론을 직면할 자신감을 상실하게 된다. 한국의 가까운 과거이기도 했다. 현실은 혐오표현 규제는 여론을 직시할 수 있으면서 시민의 참여가 가능한 방식으로 만들어야 할 필요를 알려준다.
    원나라 연경 머물던 고려 충선왕파스파 사당 짓자는 제안에 반대글 몰라도 생활에 지장 없던 시절“문자 만든 공, 공자 비할 바 아냐”
    조선 시대 지식, 지금 무의미하듯‘박람강기’가 중요하지 않은 시대AI며 코딩이며 필요한 것 많지만인간이 갖출 덕성 달라질 수 있나
    1314년 아들에게 왕위를 넘긴 충선왕은 원의 수도 연경에 머무르며, 만권당을 짓고 당대 지식인들과 교유했다. 사촌형제이자 본인이 즉위에 도움을 준 원 인종의 치세, 충선왕이 한껏 위세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던 시절이었다. 이 무렵 한 승려가 제사(帝師) 파스파를 위한 사당을 만들자고 건의했다. 파스파가 몽골 문자를 만들어 나라를 이롭게 했으니, 사당을 세워 공자처럼 기리자는 주장이었다. 찬성하는 의견이 우세했으나, 충선왕은 사당 건립에 반대한다. 파스파가 문자를 만들어 나라에 공이 있기는 하지만, 공자에 비할 바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자가 모든 왕의 스승으로 여겨지고 대대로 그에 대한 제사를 지내는 것은 그의 “덕 때문이지 공 때문이 아니”라 한다(<고려사> 권34). 여기에서 주목되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파스파의 문자 제작은 ‘공’이며, 공자의 업적은 ‘덕’이라는 것. 그리고 ‘덕’은 ‘공’보다 훨씬 상급의 가치라는 것이다.
    문자가 그렇게 중요한가
    문자를 만드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한국처럼 제 문자가 없다가 세종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문자를 만들고, 그 문자가 식민지 시기를 관통하며 근대 민족공동체를 응집시킨 사회에선 더욱 그렇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연 문자라는 것이 언제나 대단한 일이었을까?
    1930년 조선총독부에서 낸 조선국세조사보고에 따르면 일본어든 한글이든 아무것도 읽고 쓸 수 없는 문맹자가 78%(남자 64%, 여자 92%)에 달했다. 즉 인구의 근 80%는 문자를 읽고 쓰지 못하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단순 문맹률 1% 미만으로 사실상 문맹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의 시점에서 보면 놀랍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수치다. 그런데 이를 뒤집어 보면, 단 100년 전까지만 해도 문자를 읽고 쓰지 못하더라도 사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는 이야기도 된다. 충선왕의 시대, 700여 년 전으로 돌이켜보면 90% 이상이 그러했을 가능성이 크다. 문자라는 것은 극소수만 알고 쓰면 되는 일종의 기예에 가까운 것. 최만리 등의 집현전 관리들은 세종의 훈민정음 제작을 비판하며 ‘한 가지 기예에 불과하다’, ‘문사의 육예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런 문자가 모든 이들이 알아야 하는 지식이 된 지는 100년도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충선왕이 그러한 주장을 펼친 맥락도 이해가 가지 않는가? 파스파가 문자를 만든 것은 분명 공이기는 하지만, 전례 없이 나라에서 사당까지 세워주며 기릴 만큼의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여섯 살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칠까
    <예기> ‘내칙’편에는 아이를 낳아 기를 때 나이별, 성별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가 나와 있다. ‘남녀 칠세 부동석(남녀는 일곱 살이 되면 자리를 함께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내용이 나와 있는 것이 바로 이 편이다. 이 편은 주희가 편집한 <소학>에도 들어가 있으며, 성종의 어머니인 소혜왕후가 지은 <내훈>에도 들어가 있다. 다만 <내훈>의 경우에는 아홉 살의 교육과 열 살 이후의 아들 교육에 관한 내용은 빠져 있다. 궁궐의 왕비와 후궁들을 독자로 상정한 데다 열 살 이후의 아들 교육은 스승에게서 이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 편이 <소학>은 물론, 여성 교육서인 <내훈>에 이르기까지 반복적으로 들어가 있다는 것은 조선 시대까지 자식을 가르치는 주요 지침이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편에서 아이에게 가장 처음 가르치는 것은 무엇일까? 오른손 쓰기, 말하는 태도 가르치기 같은 태도나 습관 교육 말고 특정한 지식의 교육을 시작하는 것은 아이가 여섯 살이 되는 시점부터다. 여섯 살이 되면 숫자와 방위의 이름을 가르친다. 본격적으로 스승에게 배우기 시작하는 열 살 이전까지 숫자와 방위 외에 추가로 가르치는 것은 날짜 세는 법뿐이다. 이외에는 모두 어른 공경하는 법과 같은 태도 교육에 집중되어 있다. 가정에서 가르치는 내용에는 기본 태도 및 예의범절과 숫자, 방위, 날짜 세기만이 있을 뿐, 문자 교육은 들어가 있지 않다.
    여섯 살 아이가 배우는 숫자와 방위의 개념은 꽤 소박할 것이다. 요즈음의 아이들도 그렇듯이 아마도 손가락, 발가락을 세어 가며 숫자를 배울 것이며, 영특하면 손가락, 발가락의 개수를 넘어서는 좀 더 큰 숫자도 셀 수 있을 것이다. 숫자는 요즘도 열심히 가르치니 그런가보다 싶지만, 방위를 가르친다는 점은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 아마도 단순히 동서남북의 방위 이름만을 가르쳐주는 것은 아닐 것이고, 해가 뜨고 지는 방향, 북극성 같은 별자리, 동네의 지형지물 같은 것을 통해 방위를 가늠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일 테다. 그런데 방위가 이렇게 일찍부터 가르쳐야 할 정도로 중요한 것일까? 내가 아이에게 방위를 가르친 적이 있기는 한지 까물할 정도인 데다, 도시민이자 타고난 길치로서 나조차도 방위를 제대로 판별할 자신이 없는데 말이다. 그러나 <예기>의 이 가르침은, 책이 저술된 고대는 물론 조선 시대까지도 방위를 아이가 가장 먼저 인지해야 하는 지식으로 여겼음을 보여준다.
    지금 대한민국의 여섯 살 아이가 배워야 할 지식은 꽤 많다. 아이가 초등학교 취학을 앞둔 일곱 살이 되면 부모의 마음은 더 초조해진다. 한글은 기본이요, 영어도 욕심내며, 숫자는 기본이요, 구구단까지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 급식 먹을 때 젓가락질을 제대로 할지도 걱정이 되고, 우유 팩은 뜯을 수 있는지도 걱정이 된다. 그렇지만 방위를 가르치지 않아서 걱정인 부모는 없을 것이다. 다 큰 성인 역시 방위를 제대로 분별하지 못해도 별로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지도 앱을 보면 되니까.
    변하는 지식, 변하지 않을 덕성
    예전에 외할머니댁에 갔을 때 일이다. 할머니가 슬쩍 나를 욕실로 데리고 가시더니, 펜을 주시며 거기 있는 샴푸와 린스 등에 이름을 써놓으라 하셨다. 왜 그러시나 하고 보니, 외숙모들이 채워놓은 고급 샴푸와 린스가 모두 수입품들이라 영어만 잔뜩 쓰여 있어 도통 알아보실 수 없던 것이다. 외할머니께서는 한글은 읽을 수 있으나 로마자는 읽으실 수 없었을 뿐인데, 며느리들에게 묻기엔 자존심이 상하셨는지 괜찮은 척하고 계시다가 마침 찾아온 외손녀에게 슬쩍 부탁하신 것이다.
    외할머니께서 영어를 못 읽으시는 것은 당연하다. 1925년생으로서, 고등교육까지는 받지 않은 터, 영어를 배우신 적이 없으니 못 읽으실 뿐이다. 단 100년 전이지만 교육 환경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랐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외할머니가 나보다 지식이 적다고 할 수는 없다. 예전에 야산을 지날 때 외할머니께서 고사리가 있는 곳을 가리키신 적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들여다봐도 내 눈에는 고사리가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코앞에 있는 고사리도 못 알아보는 주제니, 봄철에 나물을 캐오라 해도 한 뿌리도 못 캐올 것이 뻔하다. 산에서 나물 캐오는 건 둘째 치고 시장에서도 명찰이 붙어 있지 않으면 무슨 풀인지 잘 분간하지 못하는 수준이니 말이다.
    평온한 세계라면 내가 지금 산에서 고사리 좀 못 알아본다고 별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과 같은 극한의 상황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990년대 세르비아 내전을 겪은 이가 남긴 어떤 수기에서 그런 상황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모든 보급이 끊어지고 먹거리가 떨어진 때, 먹을 수 있는 풀을 구별하고 먹을 수 있게 가공할 수 있는 할머니들의 능력이 매우 귀중하다는 내용이었다.
    외할머니께서도 그런 능력들을 슬쩍슬쩍 보여주곤 하셨으니, 사실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나의 일천한 생존 지식일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사회가 다르면, 필요로 하는 지식의 종류가 달라진다. 세종의 시대에는 한문과 멀어질 경우, 그것이 담고 있는 고급 지식으로부터 멀어질까 봐 지식인들이 두려워했다. 그러나 이제는 고전 한문이 담고 있는 지식이 그리 유용하지 않으니 아무도 한문을 공부하지 않으며 그것을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널리 알고 기억력이 좋은 인재를 ‘박람강기’라고 표현하며 높이 평가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정보 검색이 자유로워진 디지털의 시대에 ‘박람강기’한 인재는 그리 대단한 의미가 없다. 이제 대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니, 새로운 인재가 필요하다고 한다. 프로그램 코드를 짜고 이미지를 직접 구성하고 고통스럽게 문장을 만들어 넣는 것과 같은 구체적인 실행 능력보다는, 인공지능에게 질문을 잘 던지고 프롬프트를 짤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들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역사적으로 필요 지식의 종류는 늘 달라져 왔으며 근 100년 사이에도 급격하게 변화해 왔으니, 새로운 지식과 인재상을 요구하는 시대가 오는 것 자체는 그리 놀랍지 않다.
    그러나 지식이 아니라 인간으로 눈길을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대가 변하면 인간이 갖추어야 하는 덕성의 내용도 달라지는 것일까? 보편적으로 기림을 받아야 할 것은 ‘공’이 아니라 ‘덕’이라고 한 충선왕의 이야기는 다시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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