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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상간녀변호사 우디와 버즈도 못 이겼다···‘태블릿’에 밀려난 ‘토이 스토리5’ 장난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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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가불이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0회   작성일Date 26-06-2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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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상간녀변호사 돌이켜 보면, 장난감 생(生)에 평탄한 날은 없었다. 디즈니·픽사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장난감들이 아이들의 사랑을 온몸에 받는 건 늘 잠깐이었다. 최초의 풀 3D 컴퓨터 그래픽(CG) 장편 애니메이션이었던 <토이 스토리>(1995) 첫 편부터 카우보이 봉제 인형 ‘우디’는 두려워했다. 손에서 레이저까지 뿜는 ‘신식’ 플라스틱 우주인 장난감 ‘버즈’가 주인 ‘앤디’의 사랑을 독차지할까 봐.
    치열하던 경쟁은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사그라들었다. 앤디가 자라나며 다 같이 창고 신세가 되기 일쑤였기에. <토이 스토리 3>(2010)에서 대학생이 된 앤디는 옆집 아이 ‘보니’에게 자신의 장난감들을 넘겼다. <토이 스토리 4>(2019)에서 우디는 보니의 ‘최애’인 카우걸 장난감 ‘제시’에게 방에서의 대장 자리(보안관 배지)를 넘기고는 더 넓은 세상으로 떠났다. 그렇게 끝일 줄 알았던 장난감들의 여정이 17일 개봉하는 <토이 스토리 5>에서 다시 펼쳐진다.
    이번 주인공은 여덟 살 보니의 방을 이끄는 카우걸 제시다. 평소처럼 신나게 놀던 어느 날 최악의 위기가 닥친다. 화면 달린 개구리 모양 스마트 태블릿 ‘릴리패드’가 방에 들어오면서다. 첫날부터 보니는 손에서 릴리패드를 놓지 않는다. 상상력 가득한 인형놀이를 좋아하던 보니가 자신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자, 제시와 장난감들은 패닉에 빠진다.
    “아이들은 이제 장난감보다는 아이패드 등 다양한 전자기기의 화면을 보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보니도 릴리패드를 받자마자 놀이하던 시간을 빼앗기죠. 장난감들은 그간 만난 어떤 난관보다 큰 어려움을 마주하게 됩니다.” 맥케나 해리스 감독이 지난 8일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해리스 감독은 <니모를 찾아서>와 <월-E>의 앤드류 스탠튼 감독과 <토이 스토리 5>를 공동 연출했다.
    태어나서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모습과 그런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좋을지 고민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작품에 그대로 담겼다. 최대한 전자기기를 늦게 사주려던 보니의 부모님은 아이가 친구들 사이에서 겉도는 것 같자 마지못해 릴리패드를 주문한다. 스크린 타임을 제한하려고 하지만, 보니는 이불 속에 숨어 몰래 릴리패드를 만지작거린다.
    “아이들은 놀아야 해!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고!” 제시는 외친다. 릴리패드는 도도하게 눈을 깜빡이며 제 몸을 조작한다. 하이디, 첼시, 카라…. 여자아이들 이름 옆에 뜬 ‘+(플러스)’ 버튼을 누른 그가 당당하게 말한다. “자, 이제 친구가 생겼네!” 몸으로 부딪치는 놀이만 아는 장난감들에게 릴리패드의 말은 어렵기만 하다.
    시즌을 거치면서 정든 장난감 캐릭터들을 또 밀려나게 만드는 존재, 릴리패드를 악역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다정하지만 겁 많은 아이 보니는 SNS 세계를 접하며 남 눈치를 더 보게 된다. 영화는 너무 이른 나이에 온라인 세계에 노출되는 것의 해악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전자기기를 악하게만 그리지 않는다. “내가 있어야 다른 아이들이랑 친해질 수 있다”거나 “나도 보니를 위한다”는 릴리패드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목소리 연기를 맡은 한국계 미국인 배우 그레타 리는 “나도 아들 둘을 키우는데 기기 사용은 실제로 복잡한 문제”라며 “어떻게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가꿔갈 것인지, 어른으로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연기하면서 돌아볼 수 있었다”고 했다.
    영화는 ‘전자기기 대 장난감’의 구도로 단순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미국 토크쇼 진행자 코넌 오브라이언이 목소리 연기를 맡은 ‘스마티 팬츠’는 아이들의 배변 습관 형성을 돕는 기계다. 스마티 팬츠는 장난감 카메라 ‘스내피’와 GPS 기능이 탑재된 하마 장난감 ‘아틀라스’와 삼총사처럼 다닌다. 이 새로운 캐릭터들은 전자기기이지만 유아기 이후 아이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점에서 기존 장난감 캐릭터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장난감들에게서도 기술의 발전이 느껴진다. 업그레이드된 ‘버즈 군단’은 서로 와이파이로 통신할 수 있고, 스마티 팬츠 일행과 릴리패드는 SNS에 글을 올리고 GPS를 추적할 줄 안다. 새로운 볼거리이지만, 장난감들의 통신·이동 능력이 너무 높아지면서 추격전에서의 긴장감은 다소 느슨해졌다.
    그래도 여전히 재미 있고, 때로 뭉클하다. 보니가 장난감을 가지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장면은 파스텔 분필로 그린 듯 투박하게 그려지는데, 그림체처럼 투박하더라도 순수하게 서로 부딪쳐 놀던 옛날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영화가 끝나고서도 두 개의 쿠키 영상이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부른 OST ‘I Knew It, I Knew You’가 삽입된 크레딧 영상 중간과 끝에 나온다. 101분. 전체 관람가
    “사실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았어요. 조용히 회사 다니면서 살고 싶었습니다.”
    대한항공 직원 장유정씨(가명)는 5년간의 소송과 2년간의 휴직 끝에 지난해 회사에 복귀했다. 2017년 직장 상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후 2019년 회사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지만, 대한항공은 가해자를 징계 없이 퇴직시켰다. 회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2020년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5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2024년 11월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대한항공이 직장 내 성폭력 가해자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피해자에게 18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성희롱·성폭력 사건 발생 이후 사용자의 보호 의무를 폭넓게 인정한 기념비적 판결이었다.
    중증 우울증 산재를 인정받아 휴직한 장씨는 지난해 4월 회사로 돌아왔다. 당초 사내 성희롱·괴롭힘 피해자를 지원하는 고충 처리 업무를 희망했지만 회사는 사전 협의된 업무와 다른 부서에 배치했다. 부서장은 복직 전부터 장씨에 대해 “회사와 분쟁해온 사람” ”조직에 대한 불신 가능성이 큰 사람“이라고 말했다. 복귀 이후에도 단체대화방에서 배제하는 등 2차 가해가 이어지자 장씨는 결국 지난 16일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장씨는 자신과 같은 일을 겪는 사람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다시 목소리를 냈다. 지난 16일 장씨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복직 과정과 복직 이후 겪은 일을 설명해달라.
    ”회사에서는 먼저 연락해온 적이 없고 복직 절차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서울여성노동자회의 도움을 받아 인사부와 접촉했다.
    처음에 성희롱·성폭력이나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를 지원하는 업무를 희망한다고 회사에 말했다. 사건 자체보다 신고 과정과 소송, 2차 가해 때문에 더 힘들었기 때문에 다른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는 ‘성폭력 트라우마가 다시 올라오면 어떡하냐’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피해자 지원과 비슷한 일을 하는 부서에 배치하겠다고 했다.
    이후 회사가 제안한 부서로 가기 위해 부서장과 면담을 했다. 면접은 업무보다 평가와 검증에 가까웠다. ‘회사와 길게 분쟁해 정서적으로 회사와 반대편에 있었던 사람’ ‘기본적으로 상처가 있고 조직에 대한 불신 가능성이 큰 사람’ ‘3개월은 지나야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직원들의 시선이 정리될 것’ ‘나는 여럿 잘라봤다’ ‘나의 철학과 가치관에 동참하지 않으면 받아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사상검증을 받는 느낌이었다. 집에 가는 길에 바로 신경안정제를 먹을 정도로 충격이 컸다.
    출근 첫날에는 가방도 내려놓기 전에 부서장 방으로 불려갔다. 직원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네 기사 잘 봤다’ ‘우리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말을 들었다. 단체 대화방에서도 배제됐다.”
    -왜 회사에 바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나.
    “힘든 법정 다툼이 끝났으니 4~5년만 조용히 다니다 퇴직하자는 생각이었다. 노무사에게 상담했을 때 명백한 2차 가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당시에는 다시 문제를 제기할 경우 어떤 불이익이 있을지 두려웠다.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부서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니 단순한 우연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떤 부서를 희망하는지 밝히기도 전에 회사가 먼저 특정 부서를 제안했고, 결과적으로 그곳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2월 부서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면접 과정과 복귀 첫날 있었던 발언들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는데, 회사는 부서원 40여명 전체를 상대로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그것도 ‘부서장의 발언이 2차 가해로 느껴졌는지’ 묻는 방식으로 진술서를 받았다고 한다. 성희롱이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비밀 유지가 중요한데, 조사 과정에서 오히려 신고 사실이 알려졌다. 회사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왜 조직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고 보나.
    “민사소송 과정에서 재판부가 성희롱·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전수조사를 권고했다. 회사가 자체적으로 조사할 게 아니라 외부 기관을 통해 조직문화를 객관적으로 검증받아보라는 취지였다. 저 역시 회사가 전수조사를 실시한다면 소송을 취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회사는 전수조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재판으로 갔다.
    제 손해배상액은 1800만원에 불과했는데 회사는 대형 로펌까지 선임했다. ‘땅콩 회항’ 박창진 사무장도 고립돼 있다 회사를 나갔다. 회사가 한 번 문제를 제기한 직원들에게 ‘회사와 갈등을 겪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사실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았는데 딸이 용기를 줬다. 제가 소송하고 아프고 힘들어하는 과정을 다 보고 자란 아이다. 이번에 다시 진정을 준비하면서 ‘엄마는 숨고 싶다’고 했는데, 딸이 ‘엄마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나서게 된 이유다.”
    장씨는 지난 16일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진정을 제기했다. 장씨를 대리하는 김유경 노무사는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문제 제기를 위축시키는 관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한항공은 조직문화 전반을 점검하고 노동부도 시정지시와 특별근로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장씨의 진정서 제출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별도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나무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닌옛사람들이 공간에 부여한 의미딜쿠샤 저택 앞 은행나무 고목길흉사를 예고했다는 믿음도
    대를 거듭하는 영원한 계승이란상징성을 가진 아름드리나무엔인간 공동체의 염원이 담겨있다
    어린 시절 살던 동네에 개천이 있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 같은 멋진 정경이면 좋았겠지만, 1980년대 서울 변두리에서 그런 경치는 기대할 수 없었다.
    동네 하수가 여과장치도 없이 콸콸 쏟아져 악취가 고약하던 그 개천을 아이들은 모두 ‘똥개천’이라 불렀다. 한때 이 개천이 맑아서 빨래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얘기를 토박이 친구들에게 듣기도 했지만, 사실 그 친구들도 직접 본 적은 없을 정도로 오래된 이야기였다.
    더럽기는 했어도 개천은 다양한 생명을 품고 있었다. 봄이면 개구리가 깨어나고 제비가 날아들었으며, 가을이면 짝짓기하는 잠자리가 분주히 날아다녔다.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것은 아름드리 수양버들 한 그루였다. 나무가 빈약하던 그 개천에 오직 그 수양버들 한 그루만 우뚝하게 서서 탐스럽게 버들가지를 드리웠다. 어디선가 밤에 수양버들을 본 선비가 머리카락을 풀어 헤친 귀신으로 착각했다는 괴담을 들은 적이 있어서, 볼 때마다 귀신을 떠올리긴 했지만.
    ‘똥개천’의 풍광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1980년대 이른바 ‘마이카 시대’에 접어들면서 도시는 자동차를 위한 공간이 필요했다. 개천은 아스팔트로 복개되며 주차장으로 바뀌었고, 그와 함께 수양버들은 그루터기만 남고 베어져버렸다. 아쉬워할 틈도 없이 사라져버린 수양버들. 인상적인 나무기는 했어도 동네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전해지는 얘기를 들은 것도 없고 그 나무를 벤다고 동네 어른들이 신경 쓴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크기에 비해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거나 범람을 막으려 흔히 강둑에 심던 버드나무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물가 둔덕을 다지기 위해 버드나무를 심는 것은 조선시대에도 하던 일이다. 한양의 경우에는 개천(서울 청계천)과 지대가 저습한 동대문 수구 인근이 문제였다. 영조는 개천을 준천하며 버드나무를 심어 양 둑을 다졌다. 동대문 수구 인근에도 버드나무가 많이 심겨 있어서 식목소라고 불리기도 했다. ‘똥개천’이 그랬듯이 나무가 있는 곳은 풍경이 좋아진다. 봄여름에 서울 사람들이 도성 40리를 한 바퀴 도는 순성 놀음을 할 때 이 일대의 버드나무 풍광은 가장 아름다운 경치로 꼽히곤 했다(<경도잡지>).
    공간의 지표, 나무
    나무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당대 사람들이 공간에 남긴 표식이기도 하다. 옛날 사람들은 건물만 짓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에 의미 있는 나무들을 함께 심곤 했다. 예를 들어 서울 성균관 명륜당의 뜰에 자리 잡은 거대한 은행나무 두 그루는 ‘행단’에서 가르침을 실천한 공자를 상징하기 위해 심은 것이다.
    창덕궁 춘당대가 가을마다 흐드러지게 붉게 물들어 ‘단풍정’이라는 별칭을 갖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이는 전각 앞에 단풍나무를 심어 궁궐을 풍신(楓宸)이나 풍폐(楓陛)라고 칭했던 중국 한나라의 고사를 따르고자 의도적으로 조성한 결과였다. 이렇게 심긴 나무들은 옛사람들의 그림에 그대로 반영되기도 했다. 19세기 창덕궁·창경궁을 그린 ‘동궐도’나 경희궁을 그린 ‘서궐도안’을 살펴보면, 그림 속에 묘사된 나무들 중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것들을 찾아낼 수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역사학자들은 규모 있는 옛 건물 자리를 찾아다닐 때, 지형과 함께 나무들도 눈여겨 살펴보곤 한다.
    향교나 객사 같은 지방 읍치의 주요 건물 주변에는 해당 건물과 나이가 비슷한 나무들이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근현대를 거치며 건물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도 나무들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들이 꽤 있어서, 나도 수령이 좀 돼 보이는 나무들을 보면 주변을 더 유심히 살펴보는 버릇이 있다.
    나무가 공간의 지표가 된 대표적 사례로 서울 행촌동의 딜쿠샤 저택을 들 수 있다. 딜쿠샤 저택은 앨버트 테일러(1875~1948) 부부가 1924년에 지은 집이다. 이곳은 1942년 테일러 부부가 추방된 후, 소유주가 바뀌고 공동주택으로 사용되면서 원형이 많이 훼손된 상태였다. 집은 물론 주변 풍경도 너무나도 많이 달라진 상황에서 2006년 부부의 아들이 자신이 자란 이 저택을 찾을 때 지표가 된 것 중 하나가 바로 인근에 있던 은행나무였다. 수령 400년은 족히 넘는다고 추정되는 이 나무는, 한 갑자의 세월이 지난 후에도 확실한 표지가 될 수 있었다.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
    딜쿠샤 저택 인근의 은행나무는 저택이 들어서기 전부터도 이미 행촌동의 명물이었다. 그래서 이 나무를 바짝 압박하며 지어진 딜쿠샤 저택이 못마땅한 동네 주민들이 많았다. 저택이 완성됐을 1924년, 행촌동 주민 이순익은 신문에 이렇게 기고했다. 이 나무가 태조가 심었다는 사직단의 노송만큼이나 나이를 먹은 데다 보통 때는 열매가 맺지 않지만 나라에 큰일이 있으려면 열리는 신통함까지 지닌 나무인데, “지금은 코큰냥반의 울타리 속에 드러가서” “어느 몹슬 놈이 나를 파러 먹언노” 하며 궂은비를 눈물 삼아 뿌리고 있다고(동아일보 1924년 7월14일자).
    행촌동 은행나무가 그렇게 여겨진 것처럼, 사람들은 나무가 미래를 예고하는 징조를 보인다고 생각하곤 했다. 서울 서소문동에 있던 퇴계 이황 옛집의 전나무가 그러했다. 키가 수십 길이나 되던 이 전나무는 임진왜란으로 서울의 큰 나무들이 다 없어지는 속에서도 홀로 살아남아 푸르른 위용을 자랑하다, 1611년(광해군 3) 봄 갑자기 부러져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인홍(1535~1623)이 주동한, 퇴계 이황을 비방하는 상소가 빗발치기 시작했다(<한경지략>). 전나무가 부러진 사태는 훗날 ‘회퇴변척’(정인홍이 회재 이언적과 퇴계 이황을 비방하며 배척한 사건)이라 불리게 될 사건을 예고한 것으로 여겨졌다.
    나무가 이렇게 부정적인 사안만 예고한 것은 아니다. 경복궁 집현전 남쪽에는 버드나무가 있었는데, 세종 말년에 흰 참새가 와서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은 일이 있었다. 이는 좋은 일이 있을 징조로 여겨졌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로부터 수년 동안 집현전을 통해 이루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물들이 배출됐다(<한경지략>).
    인간보다 오래 사는 나무는 대를 거듭하는, 영원한 계승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래서 조선시대 사람들은 선조가 심은 나무를 귀하게 여기며, 혹시라도 죽으면 새로 심기도 했다. 창덕궁 이문원 뜰에는 이철보(1691~1775)가 심은 홰나무 한 쌍이 있었는데, 얼마 가지 않아 그중 한 그루가 말라 죽어버렸다. 세월이 흘러 규장각의 제학이 된 이만수(1752~1820)는 죽은 나무를 대신해 어린 홰나무 한 그루를 보충해 심었다. 그는 이철보의 손자였다.
    그러다 보니 가끔 소유권이 변동될 때 나무를 새로 심고 이름을 바꾸면서 계승의 상징성을 탈취하거나 덧씌우는 일도 발생한다. 남산 쌍회정의 이름은 원래 이항복(1556~1618)이 심은 전나무 두 그루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이곳을 매입한 서염순(1800~?)은 단풍나무를 많이 심고 정자 이름을 ‘홍엽정’이라고 바꾸었다. 훗날 이항복의 9세손인 이유원(1814~1888)은 이곳을 사들이고선 다시 쌍회정으로 이름을 고쳤다. 그렇다고 홍엽정 시절 심긴 단풍나무를 없애진 않은 듯하다. 이 일대는 단풍이 좋기로 유명했다.
    나무에 이렇듯 여러 가지 의미가 부여되다 보니, 옛날 사람들은 오래된 나무를 함부로 베어내지 않았다. 창덕궁 서편은 원래 유희경(1545~1636)이란 사람의 집터였다가 궁궐로 포함된 공간이었다. 여기에는 100여명이 앉을 만큼 그늘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전나무가 있었는데, 이 나무는 정조 대 규장각의 대유재를 지을 때까지도 그대로 남아 이곳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일단 명물이 된 나무는 설령 죽더라도 그냥 버려지지 않았다. 삼청동 장원서 뜰에는 성삼문이 직접 심었다는 소나무가 있었으나 언젠가 말라 죽었는데, 그 고목은 거문고의 재료가 됐다(<한경지략>).
    ‘옛사람들은 역시 현대인과는 달리 자연을 사랑했나 보다’ 같은 흔한 감상을 되새기고 싶지는 않다. 대체로는 ‘옛날의 지금과 다름’에 주목하는 것이 역사학자의 작업이지만, 때로는 이러한 역사화가 지나쳐 지금의 우리를 도리어 무력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그 다름보다는 변치 않는 인간의 본성을 주목하고 싶다. 나보다 오래 사는 생명체에 대해 원초적 경외감을 품는 존재, 서사를 만들어내며 자연스럽게 상징성과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 같은. 아름드리나무가 죽어갈 때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은 물성으로서의 나무가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의미와 애착을 부여한 공동체가 공격받고 인간의 본성을 부정당하는 느낌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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