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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과 삶]그들의 머니게임 안에 평등이란 규칙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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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가불이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6회   작성일Date 26-02-07 08:20

    본문

    위기의 순간을 서두에서 대뜸 보여주는 책은 흥미진진한 요즘의 넷플릭스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나’는 진땀을 흘린다. 과거 대형 은행 트레이더였던 누군가가 ‘감히’ 직장을 먼저 관두려고 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다. 은행은 쉽게 그를 놓아주지 않았단다. 거래명세 등을 모조리 조사했고 트집을 잡아 소송을 걸었다. 그 트레이더는 끝내 파산했다.
    ‘나’인 저자가 불안해한 건, 그 역시 씨티은행 영국 지부의 트레이더이며 ‘감히’ 안전한 퇴사를 꿈꿨기 때문이다. 실제로 훗날 씨티은행은 그를 집요하게 잡았다. 하지만 저자는 은행과의 싸움에서 승리한다. 책은 2008년 스물두 살의 나이에 영국 금융계에 입성한 저자가 6년 만에 그곳에서 무사히 나온 얘기를 풀어 쓴 회고록이다.
    ‘백만장자를 꿈꾸는 춥고 배고픈 아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서문에서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식의 성공담을 기대하게 되지만, 저자는 런던 빈민가 출신일 뿐 탁월한 수학 천재다. 그는 능력을 숨길 생각 없이 으스댄다. ‘재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등장하는 은행 상사들은 더 사회성이 떨어진다.
    시트콤 같은 기행을 벌이는 이들이 금융계를 쥐락펴락하고 있다니, 아연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저자는 그 꼭대기에서 받은 위화감을 얘기한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전 세계가 휘청이는 동안 대형 은행들은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외환 트레이더들은 책임감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환차익으로 큰돈을 벌었다.
    저자도 한패였다. ‘세상이 망하는 쪽’으로 베팅할 때마다 돈을 벌었다. 그러나 지진이나 원전 사고 등 참사의 영향으로 부유해진다는 찜찜함은 환멸로 이어진다. “돈에 미친 세상”의 유해함을 생각하게 하는 퇴사기다.
    새해에 접어들어 미국은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를 ‘마약 테러리즘’ 혐의로 체포하는 한편, 거의 동시에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의 합병 문제를 제기하며 유럽을 흔들어 놓았다. 유럽의 격한 반발에 미국은 한발 물러섰지만, 이 구상을 완전히 포기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엄청난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의 지정학적 무게는 미국이 벌이는 중국, 러시아와의 전략적 갈등을 전제할 때 일정 부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린란드는 나토 회원국인 덴마크의 자치령이라는 점에서, 북극을 둘러싼 중국 및 러시아와의 경쟁, 자원과 항로의 전략화를 이유로 이를 합병해야 한다는 논거는 애초부터 설득력이 약하다. 그럼에도 한때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려온 베네수엘라와, 과거에는 ‘얼음덩어리’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되었던 그린란드에서, 그동안 잠잠했던 지정학적 사고의 틀이 다시 세계질서를 설명하는 언어로 되살아나고 있다.
    지리적 위치, 영토, 자원 등 공간적 요소가 국제 정치·경제·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지정학은 강대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분석 틀이다. 언론과 정치 담론에서 지정학은 대체로 힘에 의한 정치, 즉 ‘힘의 정치’와 동의어처럼 사용했다. 프랑스 지리학자 이브 라코스트가 지정학을 ‘지배의 도구이자 전략적 지식’이라고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사고의 고전적 틀은 제1차 세계대전 전후 유럽과 미국에서 학문적 영역을 넘어 급변하는 국제관계에 대응하는 실천적 지식으로 자리 잡았다. 강력한 해군력을 보유한 국가가 세계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편 미국 해군 제독 앨프리드 머핸(1840~1914)의 이론은 미국·영국·독일의 해군력 증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반해 영국의 지리학자 해퍼드 매킨더(1861~1947)는 바다가 아니라 대륙의 지배가 세계 패권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 보았고, 그 중심을 유라시아로 전망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의 잠재적 팽창력에 주목했다. 이러한 시각은 동서 냉전의 시작과 함께 미국의 소련 봉쇄 정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했으며, 마셜 플랜 수립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 외교관 조지 케넌(1904~2005)의 사고에도 중요한 자취를 남겼다.
    영토 점유보다 흐름 관리가 중요
    해양과 대륙을 지정학의 중심 논거로 삼았던 영미권과 달리, 독일을 중심으로 전개된 정치지리학은 사회진화론적 관점에서 국가를 하나의 생명체로 이해했다. 국가는 성장과 생존을 위해 고유한 ‘생존공간’을 필요로 한다는 논리가 전개되었다. 이러한 사유는 지리학자 프리드리히 라첼(1844~1904)에 의해 이론화되었고, 제1차 세계대전 시기 독일군 장성 출신 지리학자 카를 하우스호퍼(1869~1946)에게 계승되어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하우스호퍼는 젊은 시절 일본 주재 독일 무관으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1940년 9월 체결된 독일·이탈리아·일본의 삼국동맹을 유럽 대륙 패권과 일본의 ‘대동아공영권’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구상 속에서 이론적으로 정당화하려 했다. 그러나 그의 실제 정책적 영향력을 둘러싸고는 논란이 많으며, 그의 이론이 나치 체제에 의해 선별적으로 오용되었다는 평가 또한 적지 않다.
    그의 장남으로 지리학자이자 외교관이었던 알브레히트 하우스호퍼는 베를린이 소련군에 함락되기 직전, 히틀러 암살 음모에 연루되었다는 이유로 본회퍼 목사 등과 함께 처형되었다. 이후 하우스호퍼 자신도 아내와 함께 생을 마감했다. 곁가지에 해당하는 이야기이지만, 알브레히트가 모아비트 감옥에서 남긴 <모아비트 소네트> 가운데 ‘문턱에서’는 훗날 윤이상의 칸타타(1975)로 작곡되어 독일 현대사의 도덕적 균열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남았다.
    나치 독일의 패망 이후 생존공간 개념에 기초한 지정학적 언술은 오랫동안 금기시되었다. 그러나 이 언어는 푸틴 시대 러시아에서 철학자 알렉산드르 두긴에 의해 다시 소환되었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하우스호퍼의 지정학이 바이마르 공화국기의 위기 속에서 탄생한 전략적·분석적 학문이었다면, 두긴의 유라시아주의는 지정학을 문명론적 세계관의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하우스호퍼에게 공간은 국가 생존의 조건이었지만, 두긴에게 유라시아는 서구 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운명적 문명 블록이다. 전자가 위험한 분석의 언어였다면, 후자는 이미 결론을 정당화하는 신념의 언어에 가깝다.
    이처럼 지정학은 더는 과거의 학문사가 아니라, 오늘의 국제정치를 움직이는 잠재된 문법이다. 이제 질문은 분명해진다. 냉전 이후 일극 체제를 유지해온 미국은 다극화되는 세계질서를 어떤 지정학적 틀로 이해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중국의 지정학적 사고는 어떤 구성을 하고 있는가.
    베네수엘라와 그린란드, 그리고 유럽연합 및 캐나다와의 갈등에서 드러나는 미국의 지정학적 사고의 핵심에는 더는 영토나 국경선 그 자체가 아니라 자원, 에너지, 기술, 그리고 통제권이 자리 잡고 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땅을 차지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그 공간의 기능과 흐름을 관리하느냐는 문제다. 오늘의 국제질서는 엄정한 규범에 의해 고정된 체계라기보다, 국경·군사력·관세·에너지·금융 등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언제든 재협상이 가능한 거래의 장으로 이해된다. ‘지정학 이후’란 바로 이 전환, 즉 영토의 점유보다 흐름과 기능의 관리가 더 중요해진 질서를 뜻한다.
    한반도, 새 질서의 선명한 실험장
    이 맥락에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는 군사동맹이 아니면서도 인프라, 금융, 철도, 정보기술의 표준화와 기술 생태계까지 포괄하는 연결의 고리를 형성하며, 동남아·중앙아시아·중동·발칸·아프리카를 거쳐 남미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는 다극화로 이행하는 세계질서의 틈새에서 등장한 중국의 장기적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영토를 점령하지 않지만, 흐름을 관리하고 의존 구조를 만든다. 이 점에서 중국의 전략은 미국식 패권이나 러시아식 세력권과도 구분된다.
    지정학은 강자의 언어다. 그래서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형태를 바꿀 뿐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한반도에서 가장 날카롭게 드러난다. 우리는 오랫동안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에 놓인 한반도의 지정학적 운명에 대해 배워왔다. 한반도는 임진왜란과 청일전쟁, 식민지 지배와 분단, 그리고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민족사의 비극을 설명하는 고정된 공간 변수였다. 지정학은 이 땅을 언제나 주체가 아닌 객체로 규정해왔고, 한반도는 강대국 전략이 교차하는 무대이자 희생지로 묘사되었다.
    오늘의 한반도는 여전히 군사 대치와 핵, 동맹이라는 고전적 지정학의 언어에 묶여 있지만, 동시에 지정학 이후의 질서가 가장 선명하게 실험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문제는 한반도가 다시 한번 강대국 지정학의 압축판으로 소비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연결 질서의 시험장이 될 수 있는가에 있다.
    군사분계선은 단순한 경계선이 아니라 차단된 흐름의 상징이다. 이 선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지워질 수 있는가는 전쟁과 평화의 문제가 아니라, 철도·에너지·물류·디지털 네트워크가 어떤 규칙 아래에서 조직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지정학 이후의 질서에서 평화란 선언이 아니라 연결의 구조다.
    북극항로 시대를 준비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때 한반도를 기점으로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 대륙과 연결하겠다는 구상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군사분계선을 넘는 일이 오히려 더 어려운 과제가 된 현실은 오늘의 지정학이 무엇을 가리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반도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밀도 높은 군사 공간이지만, 동시에 가장 단절된 연결 공간이기도 하다.
    한반도가 다시 지배의 도구로서의 지정학에 포획될 것인지, 아니면 흐름과 접속을 조직하는 주체로 전환될 것인지는 어느 편에 서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연결의 규칙을 설계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이 점에서 ‘탈지정학화’를 말하면서도 일대일로라는 또 다른 지정학을 실천하는 중국의 복합적 전략은 비판과 함께 면밀한 관찰의 대상이 된다.
    한반도가 지정학의 객체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지정학 이후 질서의 새로운 주체로 등장할 것인가는 이미 주어진 운명이 아니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이며, 동시에 상상력의 문제다.
    한 차례 ‘결렬 위기’를 맞았던 미국과 이란의 고위급 회담이 오는 6일(현지시간) 오만에서 열린다. 회담을 앞두고 이란이 갑작스레 장소와 의제 변경을 요구하면서 회담은 한때 좌초될 뻔했지만 일단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됐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4일 엑스에 “미국과의 핵 협상이 금요일(6일) 오전 10시경 무스카트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악관도 이를 확인했다. 이로써 미국과 이란은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처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됐다.
    미국과 이란의 회담은 한때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당초 회담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다른 중동 국가들이 참관국으로 참여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란 측은 3일 회담 장소를 오만으로 옮기고, 이란과 미국 대표만이 참여하는 양자 회담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또 협상 의제를 이란 핵 프로그램으로 좁히고 탄도미사일 제한과 지역 대리 세력 지원 중단은 의제에서 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미국이 이란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회담이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결렬 보도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향해 “매우 우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양측이 조율을 거쳐 일단 회담을 개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란의 변경 요구 이후 여러 아랍·이슬람 지도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회담을 취소하지 말 것을 강하게 설득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란과의 회담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면서 중동 동맹국들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회담을 취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란이 갑작스레 회담 장소·형식·의제 변경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협상판 흔들기’를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고 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WSJ는 오만에서 협상이 열리면 튀르키예와 같은 지역 강대국의 압박을 덜 받을 수 있으며, 세계 언론의 집중적 관심을 피할 수 있다며 이란이 전술적 승리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오랄 토가 튀르키예 이란연구센터 연구원은 “이란은 튀르키예에서 열리는 다자간 개방형 협상 형식이 위험 부담이 크고 보상이 적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협상 조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려는 전략적 시도”라고 말했다.
    6일 회담은 일단 이란의 요구대로 핵 협상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튀르키예, 이집트 등 중재국들은 미국과 이란의 회담에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3년간 중단하고, 이후 우라늄 농축률을 1.5%로 제한하는 내용의 협상 틀을 제안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하지만 미국은 탄도미사일 수와 사정거리 제한, 역내 대리 세력 지원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어 회담이 구체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대화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몇 가지 의제가 포함돼야 한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사정거리, 중동 지역 내 테러 조직 지원 문제, 핵 프로그램 문제, 자국민 대우 문제(이란 반정부 시위대 유혈진압)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중동 지역에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유도미사일 구축함, 전투기 등 전력을 대거 증강하고 패트리엇 미사일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추가 배치하며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협상 결렬시 이란 지도부 및 핵시설을 겨냥한 미국의 군사공격이 가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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